탄탄한 커리어를 쌓아가던 청년의 후반기,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린 좌절은 그 어느 때보다 막막함을 안깁니다.
김순아 씨도 그랬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황과 그로 인한 퇴직,
가족의 절망은 누구보다 그를 힘들게 했지만,
긍정적 사고를 잃지 않고 노력한 끝에 지금은 당당히 홀로서기에 성공했습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희망이 증거가 되길 바라는 김순아 씨를 만났습니다.

짧게 끝난 첫 화양연화(花樣年華)

20세에 판매직에 뛰어들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순아 씨의 삶을 순탄했다고만 할 순 없습니다. 가세가 기울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건설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10만 원을 더 준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옮겨간 아웃도어 매장에서 오랫동안 몸담게 됩니다.
이후 그는 프로월드컵, 라푸마 등 유명 아웃도어 매장의 브랜드 매니저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립니다.
매달 고객에게 자필 편지를 300통 이상 쓰고 두 달에 한 번씩 고객들과 전국의 산을 올랐습니다. 일본, 대만, 네팔 등에 원정 등산을 가기도 할 만큼 고객 관계를 기반으로 판매에 열정적이었습니다. 백화점과 LG패션 본사에서 매출 우수상, CS 우수상을 수상하는 건 물론, 본사에서 주관하는 우수사례 강의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인생의 첫 번째 빛나던 시기였다는 김순아 씨는 이후 스카우트로 또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로 옮겨가지만, 예상치 못한 브랜드 이미지 하락으로 매출이 줄어들자 계약 해지 통보까지 받게 됩니다. 2020년 2월, 롯데백화점 본점에 아웃도어 브랜드를 직접 입점하며 재기를 모색했지만 때맞춰 터진 코로나19로 인해 설상가상 계약 종료를 하게 됩니다.

“입점 매장이 해외여행객을 주로 상대하다 보니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 갈 수 없었죠. 뒤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열심히 달려만 왔는데, 세상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절망스러웠어요. 배웠던 일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국내 유통 상황이 좋아지질 않더군요. 한동안 방황했지만, 오래 머뭇댈 순 없었어요. 가족을 이끄는 저로서 긴 공백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직업을 전향하기로 했다면 진짜 전공자만큼의 지식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수업에서 배운 실습 예제를 집에서 반복해서 더 열심히 복습했더니
처음에 하나도 몰랐던 부분들이 점차 윤곽이 잡히더라고요.

국민내일배움카드로 커피를 만나다

기존의 서비스업을 이어나가면서도 새로운 업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였습니다. 여러 고민 끝에 워낙 좋아했던 커피를 배워 창업하기로 했습니다. 그전엔 무엇보다 커피에 관한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유튜브나 인터넷을 검색하며 여러 정보를 살펴보던 중 우연히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알게 됐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상황에서 배우고 싶은 교육을 지원해 주는 국민내일배움카드는 저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1년 가까이 소득이 없던 제가 무료로 바리스타 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처음엔 믿기지도 않아 인터넷으로 확인 또 확인했죠. 2020년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 포털을 통해 직업능력개발훈련에 대한 안내 프로그램을 수강 후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하게 됐어요.”

2021년 2월부터 24일간 바리스타 구직자과정3(바리스타 1급자격증+라떼아트)을 국민내일배움카드로 신청했습니다. 하루 4시간 과정으로 24일 동안 커피 음료 제조, 라테아트, 커피 매장 영업관리, 바리스타 이론을 배웠죠. 커피학개론, 커피 역사, 커피나무와 품종, 커피 재배, 수확 가공, 커피 원산지, 커피와 건강, 위생, 서비스, 매장 안전 관리, 로스팅 및 향미 평가, 커피 추출 방식과 기구, 에스프레소 특성, 에스프레소 머신, 에스프레소 추출 등 유익하면서도 질 높은 수업이 이어졌습니다.

바리스타 실기(바리스타 1급 자격증 준비과정과 시연 과정)도 배웠습니다. 수강생은 김순아 씨를 포함해 6명이었는데,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수강생, 20대 중반의 취업을 준비하는 수강생, 70세 어르신 수강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점점 열정적으로 배우고 전우애까지 생겨났습니다. 김순아 씨는 무사히 한국커피협회의 바리스타 1급을 취득했습니다.

시작하는 바리스타가 꿈꾸는 선한 영향력

김순아 씨는 고용노동부의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알게 된 후부터 꾸준히 직업훈련포털 HRD-Net을 들여다봤습니다. 바리스타 1급을 취득하고 얼마 안 된 어느 날, 우연히 HRD-Net 홈페이지 팝업창에서 리스타트 지원 프로그램 광고사진을 보게 됩니다.

“인생에선 뜻하지 않는 일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주기도 한다던데, 저에겐 국민내일배움카드가 그랬던 것 같아요. 한 번 용기가 생기니 적극적으로 HRDNet을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저를 위해 준비된 게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로 멋진 기회들이 찾아왔어요.”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리스타트 지원 프로그램의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팝업창을 본 김순아 씨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 카페를 창업하겠다는 계획을 미루기로 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창업 비용도 부담스러웠을뿐더러,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가족이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리스타트 지원 프로그램에서 우수 수강생으로 뽑힌 김순아 씨는 스타벅스에 지원할 기회를 얻고 끝내 취업에 성공하게 됩니다.

김순아 씨는 2021년 6월부터 부천중동DT 스타벅스에 막내 바리스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젊은 나이가 아님에도 카페 근무는 처음인 만큼 바닥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어린 파트너들 속에서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제일 나이 많은 막내를 동생인 선배들이 업어 키우고 있다"라며 웃습니다. 매장 관리나 위생관리, 고객서비스, 내부 품질관리 등이 기존에 해온 의류 서비스업과는 많이 달라 힘들기도 했습니다.

“내부 품질관리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좋지만, 처음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때의 꿈을 잊지 않고 언젠가는 저만의 카페를 창업하고 싶습니다. 고용노동부의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통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만큼, 선한 영향력을 갖춘 카페를 창업하는 게 제 꿈이에요. 제가 걸어온 발자국이 누군가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길 바랍니다.”

<자격증 취득자’s 꿀팁>
사실 저는 집 가까운 곳에 고용센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1년간 휴직하며 자존감이 떨어졌던 탓인지 선뜻 가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저 같은 구직자가 많다는 것을 어느 블로그에서 봤지만, 그 문을 여는 데 1년이 넘게 걸렸죠. 혹시 지금 저처럼 절망에 빠져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부디 어서 빨리 일어나 한 발을 내딛길 바랍니다. 가까운 고용센터에 가서 상담하면 어렵지 않게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할 수 있어요. 제 경험상 HRD-Net이 무척 유용했어요. 홈페이지를 자주 들어가 보며 소식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